사순절 설교, 요 18:15-27 닭이 울기 전에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순절을 지나며 우리는 주님의 고난에 더 깊이 동참하는 영적 여정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고난주간으로 향하는 이 시점에서,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고난 가운데서도 특별히 그분의 마음을 찢어지게 했을 사건 하나를 묵상하려 합니다. 바로 베드로의 부인 사건입니다. 이는 단순한 한 제자의 실수나 연약함을 넘어, 인간의 죄성, 배신, 그리고 주님의 용서를 함께 다루는 깊은 구속사적 장면입니다.
오늘 본문은 요한복음 18장 15절에서 18절, 그리고 25절에서 27절입니다. 이 본문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는 장면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본문을 통해 주님의 고난 속에서 드러난 인간의 부패, 그 안에서 여전히 흐르고 있는 하나님의 사랑과 인내를 함께 묵상하게 됩니다.
베드로의 따름, 그러나 멀어진 거리 (요한복음 18:15-16)
본문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따라 대제사장의 집 안뜰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시몬 베드로와 또 다른 제자 하나가 예수를 따르니라" (요한복음 18:15). 베드로는 도망친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예수님을 멀찍이 따라갔습니다. 이것은 용기 있는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예수님을 따르고 있었지만, 안전한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이는 많은 신자들이 처한 영적 현실과도 같습니다. 주님을 따르되, 일정한 거리에서, 자신이 다치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 따르는 모습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거리에서는 결코 믿음을 지킬 수 없습니다. 사순절은 우리로 하여금 그 거리의 문제를 직면하게 합니다. 우리는 지금 주님과 얼마나 가까이 걷고 있습니까?
불 앞에서의 첫 번째 부인 (요한복음 18:17-18)
베드로는 한 종에게서 질문을 받습니다. "너도 이 사람의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 베드로는 대답합니다. "나는 아니로라" (요한복음 18:17). 그리고 그는 종들과 하속들과 함께 불을 쬐며 서 있습니다(요한복음 18:18).
이 장면은 상징적으로 매우 강렬합니다. 베드로는 불 앞에 서 있습니다. 따뜻함과 안정을 주는 그 자리는, 동시에 예수님과 점점 더 멀어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안에서 채찍질당하고 조롱당하고 계신데, 베드로는 바깥에서 따뜻한 불 앞에서 부인을 시작합니다. 이 불은 현실적 안위를 상징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이 불 앞에서 신앙의 정체성을 부인하며 살아갑니까?
베드로의 부인은 단지 말의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 보호를 위한 본능적 선택이었고, 동시에 그의 믿음이 연약함을 드러낸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이 부인의 순간은, 예수님께서 이미 예언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는 자리였습니다(요한복음 13:38).
반복되는 부인과 무너지는 인간의 자의식 (요한복음 18:25-27)
두 번째와 세 번째 부인은 더욱 결정적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묻습니다. "너도 그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 베드로는 다시 "나는 아니로라"라고 말합니다(요한복음 18:25). 그리고 세 번째 질문은 더욱 구체적입니다. "내가 그 사람과 함께 동산에 있던 것을 내가 보지 아니하였느냐?" (요한복음 18:26). 이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다시 부인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닭이 울었습니다(요한복음 18:27).
세 번째 부인은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복음서 다른 병행 본문을 보면 저주하며 맹세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됩니다(마태복음 26:74). 이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존재인지,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자기 보존을 위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장면의 핵심은 바로 닭 울음입니다. 예수님은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요한복음 13:38). 그 말씀이 이루어지는 순간, 베드로는 자신이 무너졌음을 깨닫게 됩니다. 다른 복음서에는 이 순간에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바라보셨다는 묘사도 나옵니다(누가복음 22:61). 그 눈빛 속에는 정죄가 아닌 사랑과 아픔, 그리고 기도의 응답이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고난 속에서 드러난 용서와 구속 (요한복음 18장 전체 맥락)
예수님의 고난은 단지 육체적 고통을 넘어서, 가장 가까웠던 자들의 배신과 부인을 포함하는 고난이었습니다. 유다가 돈을 받고 예수님을 팔았고, 베드로는 두려움에 스승을 부인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고난이 얼마나 철저한 외로움 속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장면에서 더욱 놀라운 복음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은 이 부인을 이미 알고 계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미 베드로를 위해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네가 돌이킨 후에 네 형제를 굳게 하라" (누가복음 22:32). 예수님의 시선은 실패 이후까지 바라보시는 은혜의 시선입니다.
이것이 십자가의 복음입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실패와 부인을 이미 알고도 품으시는 사랑의 자리입니다. 인간의 부패는 깊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그보다 더 깊습니다. 그 사랑은 다시 베드로를 부르셨고, 부활하신 후에 그를 회복시키셨습니다. 세 번 부인한 그에게 세 번 사랑을 고백하게 하심으로 다시 사명을 주셨습니다(요한복음 21:15-17).
결론: 사순절, 부인의 자리를 지나 회복의 자리로
사랑하는 여러분, 이 사순절의 시간에 우리는 베드로의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봅니다. 우리 역시 불 앞에서,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두려움과 자기보호 본능 앞에서 주님을 부인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우리를 위해 고난의 잔을 마시셨고, 부인의 자리에서 끝나지 않게 하시려고 다시 부르십니다.
베드로는 울었습니다. 그러나 그 울음은 절망의 끝이 아니라, 회개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회개는 사명을 낳았고, 나중에 베드로는 순교의 길까지 걸어가게 됩니다. 실패한 자를 다시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초청이기도 합니다.
사순절은 죄를 묵상하는 시간이지만, 동시에 용서를 체험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부인을 넘어 회복으로, 배신을 넘어 부르심으로 나아가는 이 사순절, 주님의 눈빛 앞에 머물며, 그 사랑 안에서 다시 일어서는 은혜의 길을 걸으시는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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